애니제작탐사기

일본의 젊은 여성 애니메이션 감독, 이시즈카 아츠코의 인터뷰 번역 ②

횬쨩 필름 2023. 2. 25. 00:10

이시즈카 아츠코

いしづかあつこ
1981년 9월 3일


아이치현 출신. 영상작가, 애니메이션감독
『달의 왈츠』라는 NHK 애니메이션으로 감독 데뷔.
감독 작품으로써는 『사쿠라장의 애완 그녀』 『노 게임 노 라이프』 『하나야마타』 등이 있다.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까지 하는 멀티 크리에이터



Febri 인터뷰

2022년 02월 07일


②영상과 음악의 링크의 매력에 푹 빠진 『 판타지아 』

단지 선이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 캐릭터성을 발견해 버린다.


- 두 번째는 '판타지아'(1940년)가 인상 깊으셨다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한 편이네요.

이시즈카 감독 : 그 작품을 학생 시절에 봤었는데요.
예대에 입학해서 제가 직접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었는데, 동시에 소리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했고, 일렉톤을 다룰 수 있어서, 음악과 영상을 잘 매치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에 교수님께서 “좋은 작품이 있어”라고 알려주신 작품이 『판타지아』였습니다. 보면서 “이런 작품이 있다니…!”

-충격받으셨군요 ㅎㅎ

https://youtu.be/bmpt-s-zYLI


이시즈카 : 몰입감이 엄청나더라고요. 영상, 음악 둘 다 시간을 연출하는 예술인 것 같은데 『판타지아』 에는 시각과 청각이 같은 타이밍에 연결되는 그런 편안함이 있었어요.
다시 말해 이야기로서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자체의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동안 봐왔던 TV 애니메이션도 영상과 소리를 조합해서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똑같은 것이지만, 『판타지아』 는 설령 이야기의 흐름을 모르겠어도 영상과 소리가 공명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되는구나 하는 걸 느꼈거든요. 게다가 『판타지아』 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만들어진 거잖아요.

-지금으로부터 한 80년 전이네요.

이시즈카 : 인간이란 대단하다.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전쟁을 하는 와중에 이런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내는 창의력.
인간의 장난기라든가 야심이라든가 탐구심이라든가, 여러 가지가 담겨 있고, 그 에너지에 압도당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직 비디오였나? 일본에서 유통되는 버전에는 잘린 파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해외 버전을 찾아봤었습니다.
그게 『사운드트랙』이라는 파트인데요…

-영화 딱 중간쯤 막간에 삽입되어 있는 파트네요. 오실로코프 같은 영상의…

이시즈카 : 네! 그거예요! 거기에 사실 가장 꽂혔거든요. “이런 게 보고 싶구나, 나는!” 이렇게 느꼈어요. 소리에 맞춰서 파형이 계속 움직이기만 하는 애니메이션인데 저 파형에 캐릭터를 느낀 거죠. 그냥 선인데 소리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는 생물로 보여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단지 선이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 거기서 캐릭터성을 발견해 버리는 인간의 상상력 또한 대단하다고 합니다. 울리는 악기의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색깔도 바뀌고 소리의 질감에 맞춰서 익살스러운 소리면 움직임도 익살스러운 느낌으로 그려내고, 뾰족한 소리면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그려내는. 마치 그 선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냥 그림일 뿐이지만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그것을 생물로 인식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재미있는 부분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했어요.
인간의 장난기, 야심, 탐구심 등 여러 가지 에너지가 담겨있어서 그 에너지들에 압도당했습니다.

-아까 대학에서 영상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때부터 영상과 음악의 합을 의식하게 되신 것일까요?

이시즈카 : 영상과 소리의 합에 대해서는 어쩌면 스스로 만들기 전부터 의식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계속 일렉톤을 치고 있었어서, 연주할 때 머릿속으로 영상을 이미지화하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화려한 음악이면 뭔가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런 거죠.
그래서 예전부터 제 안에 영상과 소리의 합이 맞는 편안함을 찾는 곳이 있었겠지 싶어요.

-그렇군요. 『판타지아』 에서 받은 영향 중에 가장 컸던 것은 무엇입니까?

이시즈카 : 리듬감이나 템포, 흐름의 강약과 같은 음악적인 물결을 항상 머릿속에 그리면서 영상을 그리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는 이야기 자체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하는 부분을 중요시하고, 대사에도 주목하고, 플롯도 중요시하며, 전체 로직을 신경 씁니다.
단지, 그것은--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투일지도 모릅니다만,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큽니다.
저 자신이 관객으로서 영화를 볼 때에, 역시 엔터테인먼트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주자.라는 것에 집중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애니메이션을 볼 때 어디를 보냐면 아마 표현 방법을 보고 있을 거예요.
이야기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싶다면 애니메이션 이외에도 방법은 많이 있고 만화로도 좋고 실사로도 좋습니다.
사실 제가 평소에 보고 있는 것은 대부분 해외 드라마인데요ㅎㅎ
인풋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자의 열정이거나 표현이에요.
그래서 그걸 제 안에서 제대로 모양을 잡아 엔터테인먼트로 아웃풋을 합니다.

-인풋과 아웃풋에서 중시하시는 요소가 각각. 다르시군요.

이시즈카 :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만들고 싶다” 는 욕구가 계속 있었다고 생각해요.
표현을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애니메이션만 해도 단순하게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서 역시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는 식으로 사고가 작용하는 거죠.
평소에는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 알기 쉬운 엔터테인먼트를 유의하며 만들고 있었다고 해도,
그 근저에는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술이나 표현, 선인들의 발자국이 굉장히 좋은 자극이 되는 거죠.



③ 제작자의 손에 농락당하는 『안갯속의 고슴도치』

거짓말의 세계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되어 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유리 노르슈테인』 의 단편 『안갯속의 고슴도치』 영화 역사상에 남을 명작 중 하나죠.

이시즈카 :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사람 중에 『유리 노르슈테인』 의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그의 도전적인 작품 세계관 이죠.
아날로그 안에서의 궁리를 거듭하는 방법이라고 할까, 그것은 『데자키 오사무 (내일의 죠, 에이스를 노려라) 감독』 의 작품을 보았을 때도 느꼈습니다만,
1. 연출에 필요한 것을 주위에서 긁어모은다. 2. 자신이 가장 표현하고 싶은 것을 철저히 음미하면서 계속 그려낸다.
이러한 자세에 압도당했습니다.

유리 노르슈타인


https://youtu.be/Jhs6RWx8pqs

안갯속의 고슴도치

-애니메이션의 표현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시즈카 : 『안갯속의 고슴도치』 는 제목에도 있는 '안개'의 표현이 굉장히 아름답더라고요.
아마 흐린 유리를 여러 단 겹쳐서 그 깊이를 만든 거 같은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사실 『굿바이 돈 그리즈!'』 에서 큰 폭포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도 안개의 두께감을 표현하려고 했거든요.
촬영스태프와 여러 번 의견을 주고받으며 안개를 많이 겹쳐서 화면을 만드는데, 아무래도 원하는 느낌이 안 들었습니다.
디지털 상에서는 그냥 레이어를 겹쳐서 만들어내는 것뿐이기 때문에 역시 물리적인 거리의 표현이 힘들어요. 그래서 안개를 겹치면 쌓을수록 화면이 흐릿해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어째서 안갯속의 고슴도치처럼 표현이 되지 않는 거죠!? 그거처럼 하고 싶은데! ”라고 불평한 적도 있습니다ㅎㅎ
결국 안개 소재를 브러시로 그리거나 움직이는 CG 소재를 섞어 보거나 하는 디지털만의 접근 방식으로 박진감 있는 화면으로 만들 수 있었었는데, 이때 아날로그의 작업 방식과 디지털의 작업 방식의 결정적인 차이를 느꼈습니다.

-작품을 보신 시기가 『판타지아』 와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에 보셨나요?

이시즈카 : 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위해서 여러 가지 본 작품 중에 하나예요.
화면을 덮고 있는 안개에 묘하게 깊이감이 있고 화면도 굉장히 입체감이 있는데 종이인형 같은 캐릭터. 게다가 도중에 갑자기 물의 표현을 실사로 하기도 합니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거죠. 바로 제작자의 손아귀에서 계속 농락당한다고나 할까요? 그 느낌이 즐거워서 빠져버렸어요. 저도 모르게 매료되어 버리는 매력이 있지요.
덧붙여서 고슴도치가 귀엽고요ㅎㅎ

-『노르슈테인』 감독님은 이 작품 외에도, 몇 작의 훌륭한 작품이 있으십니다만, 또 마음에 와닿은 작품이 있으십니까?

이시즈카 : 『노르슈테인』 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일지도 모릅니다만, 「이야기의 속의 이야기」라든가···이 작품도 농락당하는 느낌이 『안갯속의 고슴도치』 랑 비슷하죠.
뭐랄까… 소재와 영상이 만들어내는 세계관이거든요.
애니메이션은 실사와 다르게 소재를 하나하나 다 제 손으로 그려야 합니다.
만들어 낸 거짓말의 세계 입니다만, 그 거짓말의 세계가 하나의 선명한 세계관으로 완성해 나가죠.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https://youtu.be/hN1zimADh6Q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렇군요.

이시즈카: 그리고 실제로 스스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생각되는 것입니다만,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있던 것이 세계가 관객이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세계관이 되어 제공된다. 이게 가만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친구의 어제 꾼 꿈 이야기를 들어도 그 꿈의 재미는 꾼 본인만 알잖아요.
그 '재미'를 다른 사람이 보고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곳까지 만든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애니메이션은 그것을 하고 있는 거죠.
『노르슈테인』 감독의 작품도 그렇지만 본인이 생각한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비주얼 화하고 있습니다.
그게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시즈카 감독님과 노르슈테인 감독님은 작품을 제작하시는 환경이 다르시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시즈카 : 저는 평소 TV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기도 하고, 처음에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은 비교적 실사적인 비주얼이군요. 그래서 그것을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만들다 보면 최종 완성형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대개 다르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아까 꿈의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만, 처음에 마음속에서 그리던 그림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꼭 재미있는가.라는 건 확실치 않습니다.
완성작이 관객에게 더 전달이 잘될 수 있도록 제작진과 함께 그 표현 방법을 업데이트해 나가는 거예요. 이것도 하나의 제작자로서의 궁리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노르슈테인』 감독님도 그렇지만 어떤 스태프가 관여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좌우되는 부분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시즈카 : 그렇습니다. 저는 오히려 직원에게 맡기는 편을 좋아해요.
혼자서 만들어 나가기 싫거든요.
스스로 생각한 것을 혼자서 표현해 버리면 처음부터 답을 알게 되는 거죠.
직접 만든 요리는 먹기 전부터 맛을 알고 있다.라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것이 되지 않는 것이 싫습니다.
저의 최신작 『굿바이 돈 그리즈!』 만 해도 저 혼자 만들었었다면 아마 이런 화면은 그릴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만드는 사람은 '나는 이렇게 못하는구나'라는 문제에 부딪히는 거죠.
그래서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라는 고민들이 프로페셔널하게 상담을 하다 보면 해결방법들이 나옵니다. 그것이 집단 제작의 대단한 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후기-
인터뷰를 번역해 가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작품들이 나와서 공감했고,
또 감독님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좋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좋다”라는 말씀에 굉장히 공감했다. 언젠가 이 인터뷰를 읽었다고 감독님께 전하면서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일본의 젊은 여성 감독, 이시즈카 아츠코의 인터뷰 번역 ① - https://hchan-anime.tistory.com/m/21

일본의 젊은 여성 감독, 이시즈카 아츠코의 인터뷰 번역 ①

이시즈카 아츠코 いしづかあつこ 1981년 9월 3일 아이치현 출신. 영상작가, 애니메이션감독 『달의 왈츠』라는 NHK 애니메이션으로 감독 데뷔. 감독 작품으로써는 『사쿠라장의 애완 그녀』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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