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이야기

졸업작품 끝. 그 연대기(feat. 시로 바코)

횬쨩 필름 2023. 1. 22. 20:57

2022.12.25 작성

 

졸업작품 1차, 2차 수정까지 전부 완료했다.

기획 단계때의 내 머릿속에 있던 옛날 8-90년대 애니메이션 느낌 그대로 영상화가 잘 된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자고 생각한 건 「텔레폰 넘버」의 기획이 모든 연령대의 관객분들이 오시는 졸업전시회에는 맞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던 도중..!

대학생 2학년 때 기획한 작품. 과제로도 제출했는데 3위 달성
제작 시 카와지리 요시아키 느낌을 노렸던 작품인데 아쉽다

 

우연히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히로세 코미」씨의 「로맨스의 신 님」이 들려왔고, 가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애니메이션이 틀어지는 초능력이 발휘되는데 이것이 빛을 발했다.

완~전 초반에 남주 설정은 빨간 or 노란 머리의 장발이었다

 

30대의 주근깨가 매력(?)인 평범한 OL 여주인공 「아이」 는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해가고 부모님도 결혼을 하라고 중매를 서주시지만, 주변에서 흔히 결혼 상대라고 하는 듬직한 모습의 남성은 취향이 아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어렸을 때 보던 소녀 만화의 주인공 같은 남자를 바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소개팅에 나가게 되는데 자신이 꿈꾸던 소녀 만화의 주인공과 똑 닮은 남성을 만나게 된다. 밴드의 보컬이라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매우 상냥한 모습에 푹 빠지게 되고, 그의 라이브 콘서트에서 프러포즈를 받게 되며 로맨스의 신 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에콘티 작성 때 진짜 한 3번은 리테이크 했나? 그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3번 정도 안에 오케이 면 대단한것 같네...

(텔레폰 넘버때 리테이크 까지 합치면 3번 넘음 ㅎ)

콘티의 일부. 작감님이 여러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더 재밌어졌다

 

저 대사 완전 교수님

담당 교수님께서 「우루세이야츠라」 「무민」 「터치」 등 8-90년대 때 유명 애니메이션에 작화 감독으로 많이 참여하신 분이어서 진짜 그때 시절 느낌 나는 연출을 많이 알려주셨다. 덕분에 템포 좋게 완성된 느낌.

(초반 콘티는 템포가 좋지않았다. 너무 많은 화면 전환에 눈이 피곤할 것 같은 느낌.)

최근에는 건담 수성의 마녀의 ED에 참여하셨다

 

콘티가 완성되고 내가 맡은 작업은

오프닝, 배경, 약간의 작화, 촬영편집 을 담당했다.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주의인 성격이라 다 참여하는게 피곤하기보단 마음이 편하다.

시아게에는 참여 안 했는데 팀원 모두가 완벽하게 끝내주셨다♡

 

 

근데 진짜.. 힘들긴 했다...

 

배경은 장기전이라 지치고, 촬영은 단기간에 완성했어야 해서 진짜 체력이 많이 깎였다.

 

거의 맨날 밤새운 느낌...

마치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최강 바쁨 지옥 시절 3학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와중에 진짜 이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팀원들이랑 교수님께서 이대로도 괜찮다고 하는거 도중에 엄청 수정 많이 했다. 배경은 도중에 갈아엎음)

배경 작업때의 나

 

이런 막무가내인 감독을 잘 다뤄준(?) 우리 팀의 프로듀서 겸 제작진행님에게 압도적 감사..!

3학년 1학기 때 도중에 음향감독으로 참여해 준 친구인데 너무 유능한 친구라 내가 졸업작품 때 프로듀서로 채용하고 싶어서 거의 1년을 꼬셨다 ㅎㅎ

영원히 잊지 못할 거 같은 고마운 친구..

이 짤 우리팀 프로듀서가 너무 공감할듯 ㅋ큐ㅠ

 

미래에 내가 한국에서 애니 회사 차리면 꼭 이 친구를 프로듀서로 임명하고 싶다. 이 친구에겐 지브리의 스즈키 프로듀서를 뛰어넘는 잠재 능력이 있어 보인다.

작품에 있어서 무리하거나 폭주기관차인 나를 융통성 있게 잘 다뤄줬다 ㅋㅋ

진짜.. 진짜 감동받았던 메시지

 

이제는 졸업작품 전시 준비 만이 남았다.

팀의 일러스트레이터 분께서 그려주신 완벽한 4장의 일러가 여름 때 다 완성이 되어서 덕분에 너무 순조롭게 진행 중 ㅎ

일러스트의 천재..

 

그리고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작화 감독_3학년 초 내가 감독하고 있던 작품의 작화와 시아게로 참가해 주었는데 이때가 첫 애니메이팅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작업에 특히 시아게때 손이 굉장히 빨라서 채색 감독으로 임명했었다.

그리고 이 작품 끝나면 이 친구를 필두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여, 텔레폰 넘버를 졸업작품으로 만들자라고 정했을부터 바로 채용했다.

이번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친구.

1년 안에 3학년 때 만들었던 작품의 애니메이팅 보다 몇백 배는 실력이 늘었다.

그리고 내 덕분에 작화의 즐거움을 알았다고 해줬을때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우리 팀 작감양, 함께 그리지 않겠나?

 

@키 애니메이터_이 친구는 팔방미인이다.

예전부터 트리거 식 (카네다식) 애니메이팅을 추구하던 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참여한 뒷부분의 작화는 정말 “쫄깃” 한 맛이 있다. 리얼계쪽을 좀 더 선호하는 감독(나)의 깐깐한 수정 때문에 머리 아팠을 거 같고 수정하기 싫다고 말했을 법만도 한데 항상 별말 없이 완벽한 수정을 해준 친구...

이 친구 덕분에 더욱이 8090년대 TV판 애니의 움직임의 느낌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키 애니메이터의 역할을 돈독히 해주었다.

진짜 이 친구만이 그릴 수 있는 움직임이 있다

 

@프로듀서_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친구 없었으면 완성은 꿈도 못 꿨다.

도중에 교수님과 스케줄 관련으로 충돌이 있었는데 어떻게 딱 12.12일까지 끝냈다ㅠㅠ

예상 1월 말 완성이었단 걸 한 달 만에 끝낼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정말 대단해 bb

그리고 일주일마다 교수님께 진행 상황을 말하고, 발표가 있으면 필두로 나가서 발표 진행해 주고, 팀원 중에서 가장 바빴을 거 같다...

시아게도 참여해 주었는데 일주일에 기본 2컷, 4,5컷을 완성시켜왔다. 시아게 처음 해본 거라고 하는데 대단한 재능이다. 촬영 때에도 나와 함께 하며 특히 타이밍 조절을 도와주었다. 나는 화면의 편집은 능숙하지만 타이밍 조절을 너무 못하는 편인데 친구의 평소 리듬게임의 실력이 여기서 엄청 발휘되었다ㅋㅋ

졸업 후에 가장 생각나고 보고 싶을 거 같다.

이 짤 완전 나(초록 옷)랑 프로듀서 친구 (보라 옷) ㅋㅋ

 

@일러스트레이터 겸 전시부장

_3학년 초에 처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이 친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다!

정말 그림이 트랜디 하고 예쁘다.

그리고 내가 한마디, 아니 한 단어로 의뢰를 넣으면 참고 자료를 주지 않아도 완벽하게 작업을 해와준다. 덕분에 일러 작업 정말 순조로움 그 자체..!

일러스트 덕분에 엔딩 크레디트가 예쁘게 채워졌다.

 

그리고 동인활동 경험을 살려 이번에 졸업전시회 때 물품 발주, 부스 꾸미기 등등 전시 쪽에서 많이 도와주겠다고 말해주었다. 덕분에 애니 끝나고 좀 여유 있는 시간이 생긴 느낌 ㅎㅎ

일러레님의 일러스트를 볼 때의 나

 

 

대학 입학 때부터 졸업작품으로 80~90년대 셀애니느낌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라는 꿈이 있었는데 이루어졌다.

 

정말 목표는 입 밖으로 내뱉으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난 항상 그랬다 입 밖으로 뭐 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말하면 실패가 있었어도 언젠가 꼭 이루어졌다.

 

나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뤄질 수 있었던 거 같다.

이건 내가 애니메이션 제작을 좋아하는 것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한 작품의 완성을 향해 모두가 힘을 합쳐 완성해 나가는 게 너무 행복하다.

 

 

정말 각 분야의 엄청난 재능이 흐르는 멤버들 덕분에 너무 완벽하고 만족스러운 졸업작품이 완성되었다.

이제 졸업 후에 다들 사회인으로서 각자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지. 그래도 다들 가까운 분야이니 미래에 또 다 같이 모여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 팀도 5명인데 시로바코 주인공들도 5명 평행이론 ㄷㄷ

 

 

내년부터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발판을 잘 닦아 놓을 테니 이 꿈도 이루자고!!